분류 전체보기100 영화 굿 다이노 깊은 여운과 상실 극복, 두려움 공룡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으레 아이들 전용 오락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가볍게 틀었다가,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꽤 긴 여운이 남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픽사의 굿 다이노는 단순한 공룡 모험담이 아니라, 두려움을 안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 서사를 담은 작품입니다.어린이 영화라더니, 어른이 더 울었습니다일반적으로 픽사 애니메이션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가 직접 봐보니 굿 다이노는 그 가운데서도 유독 성인 관객에게 더 깊이 파고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약 6,5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이라는 멸종 위기를 피한 공룡들이 농경사회를 이룩하고, 오히려 인간이 야생 동물처럼 등장하는 세계관 설정 자체가 독창적입니다. 여기서 세계관이란 이야기가 펼쳐지는 .. 2026. 6. 18. 영화 세인트 빈센트 까칠한 노인, 빌 머레이, 힐링 코미디 빌 머레이가 북미 박스오피스 8주 연속 랭크를 이끈 영화가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그냥 가벼운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틀었는데, 엔딩 즈음에는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 세인트 빈센트입니다.까칠한 노인이 베이비시터가 된 사연영화의 설정 자체가 독특합니다. 주인공 빈센트는 늦은 오전에야 일어나 경마장과 술집을 전전하고, 빚에 시달리는 인물입니다. 사회적 기준으로는 아이 교육에 전혀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지만, 생계를 위해 이웃집 소년 올리버의 베이비시터 일을 시작합니다.빈센트가 올리버에게 가르치는 방식은 이른바 이열치열(以熱治熱) 교육에 가깝습니다. 이열치열 교육이란 어려운 상황을 직접 맞닥뜨리게 해서 스스로 돌파하도록 훈련하는 방식을 말합.. 2026. 6. 17. 영화 가버나움 가족의 굴레, 아동 방임, 사회 책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틀었는데, 막상 영화가 끝나고 나서 흘린 눈물은 없었습니다. 대신 가슴 어딘가가 묵직하게 내려앉은 채로 한참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2018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레바논 영화 가버나움, 제가 직접 보고 나서 그 감각을 기록해두고 싶었습니다.카페에서 마주친 아이들, 영화 속 아이들저는 카페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 수십 명의 손님을 마주치는데, 그중에는 아이와 함께 오는 가족도 꽤 됩니다. 아이가 딸기 라떼를 가리키며 "이거 먹어도 돼요?" 하고 물으면, 부모가 웃으며 "그래, 시켜줄게" 하는 장면이 그냥 일상처럼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가버나움을 보고 난 뒤에는 그 장면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영화 속 주인공 자인은 열두 살 안팎의 아이입니다. 그런데 이 .. 2026. 6. 17. 영화 오토라는 남자 상실의 심리학, 관계의 전이 한 사람이 삶의 의지를 완전히 잃었다가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는 데 걸린 시간, 이 영화는 그것을 107분 안에 담아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까칠한 노인의 소동을 그린 가벼운 코미디인 줄 알고 틀었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조용히 코를 훌쩍이고 있었습니다.왜 오토는 혼자가 되었나 — 상실의 심리학오토라는 인물을 이해하려면 그가 겪은 상실의 구조를 먼저 봐야 합니다. 단순히 아내를 잃은 것이 아닙니다. 그는 아내 소냐와의 버스 사고로 아이를 잃었고, 소냐는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으며, 6개월 전 그 소냐마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복합 비애(Complicated Grief)라고 부릅니다. 복합 비애란 일반적인 슬픔의 애도 과정을 정상적으로 통과하지 못하고, 상실이 만성화되어 .. 2026. 6. 16. 영화 마이클 무대 뒤 외로움, 흥행 요인과 반쪽짜리 영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사람이, 동시에 가장 외로운 사람이었다면 믿어지십니까. 영화 마이클을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카페 매니저로 일하면서 저도 비슷한 감각을 아주 작은 규모로나마 느껴본 터라, 화면을 보는 내내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무언가를 들여다보는 기분이었습니다.무대 뒤에 숨겨진 외로움영화는 1966년 인디애나주 게리에서 시작됩니다. 어린 마이클이 잭슨 5의 일원으로 무대에 서는 장면부터, 직접 겪어보니 이 도입부가 단순한 성공 서사가 아니라는 걸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 조셉 잭슨이 폭압적인 방식으로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장면은 마음이 꽤 무거웠습니다.여기서 눈여겨볼 개념이 아동 영재의 착취적 훈련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재능을 가진 아이가 가족의 경.. 2026. 6. 16. 영화 백룸 익숙한 공간이 낯설어 지는 순간, 트라우마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귀신 하나 안 나오는데 영화관에서 나오는 내내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케인 파슨스 감독의 영화 '백룸'은 자극적인 공포 대신 공간 그 자체로 관객을 옥죄는 방식을 택했고, 저는 그 불편함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 이어졌습니다.익숙한 공간이 낯설어지는 순간제가 카페 매니저로 일하다 보면 손님이 모두 돌아간 늦은 밤, 혼자 매장을 정리할 때가 있습니다. 조명이 일부 꺼진 상태에서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던 공간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분명히 있습니다. 익숙해야 할 공간인데 왜인지 모르게 불안해지는 그 감각, 백룸은 바로 그 감각을 두 시간 동안 스크린에 가득 채웁니다.영화는 가구 매장을 운영하는 클락이라는 인물이 매장 지하실의 이상 현상을 쫓다가 백룸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2026. 6. 15. 이전 1 2 3 4 5 ··· 17 다음